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병역특례 이슈가 계속되고 있어요. 병역특례는 성과를 낸 예술·체육인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제도죠.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대중문화예술인들도 병역특례 요원으로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어요.
병역특혜가 논란이 되는 건 사람들이 징병제로 인한 군 복무를 불이익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시간 낭비이자 경제적 보상도 적절하지 않아 군대를 '잃을 게 많은 곳'으로 여기죠. 그래서 모병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1)
이 가운데 징병제와 모병제의 소득 형평성 비교를 통해 어떤 제도가 더 효용이 높은지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자는 '모병제가 과연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제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어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1) 20대 현역 제대자 1,117명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8%는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66.7%는 '군 복무로 잃은 것이 많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의 80.1%(여성 81%, 남성 79.2%)가 모병제 도입에 동의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연구 결과 모병제를 도입하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모병제가 도입되면 개인은 군 복무와 민간 생산 활동 중 어떤 일을 하는 게 더 좋을지 고민할 거예요. 민간에서 일할 때 돈을 더 많이 번다면 군대에 가지 않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군 복무를 선택할 수 있겠죠. 스스로 원하는 걸 결정할 수 있어 모두의 효용이 높아질 수 있어요. 또한 모병제 도입으로 인한 급여 인상은 민간에서 생산성이 낮아 입대를 선택한 사람에게 높고 일정한 소득을 보장할 수 있어요.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갖게 되죠.
둘.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누구나 공평하게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요. 그만큼 모병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하죠. 모병제가 도입되면 가난한 서민만 군 복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부자들의 군 면제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군 복무가 어렵고 힘들어서죠. 그런데 이것은 징병제일 때만 성립하는 주장이에요. 모병제 사회에선 군 복무가 기피 대상이 아니라 민간 일자리보다 가고 싶은 일자리가 될 수 있어요. 급여를 충분히 인상하기 때문이죠. 군 복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요.
셋.
출산율 하락으로 앞으로 약 20년 뒤에는 18개월 복무 징병제로는 충분한 병력 유지가 어려울 거래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병을 장기복무시킬 수 있는 모병제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하죠.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연구자는 선행 연구를 통해 1인당 매월 약 300만원의 급여로 모병제를 운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어요. 또한,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죠. 그래서 연구자는 앞으로 모병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연구 집중 해부 시간!
초로기가 여러분을 대신해 논문 저자를 만나봤어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김대일 교수님과의 대화를 들려드릴게요.
🌱 Q. 논문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징병제는 대부분 저개발 국가가 택하는 국방 제도예요. 예산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경제규모 세계 10위인 한국은 모병제를 할 만큼 충분한 국부가 축적됐어요. 그런데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건 모병제는 불공정하다는 국민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부자는 면제, 가난하면 입대라는 식의 정서가 강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모병제는 이런 정서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민간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자발적으로 입대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미 장교 양성은 모병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전문성을 위해서죠. 현대 국방 체계에선 사병과 부사관의 전문성도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인재를 영입해 훈련할 수 있는 모병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Q. 모병제 논의 시 고려할 점이 있을까요?
2018년 모병제를 도입한 대만은 초기에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군 입대자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했어요. 군대가 '괜찮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때까진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군대가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해요. 단순히 인력만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 투자를 통해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거죠. 제대 군인이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취업이나 대입에 군 가산점을 적용하는 것도 논의해볼 수 있을 거예요. 이와 함께 입법, 행정 기관은 국민이 모병제와 징병제의 차이와 장단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충분히 숙고한 뒤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 Q. BTS 병역특례 이슈,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대합니다. 병역특례는 정부가 특정 기준을 가지고 일부 청년의 군 복무를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국위선양(?)이라는 전근대적 기준을 두고 예체능 메달리스트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정부가 국민을 차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병역특례를 받을 가치가 있는 영웅이고, 수출 단지에서 기업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제 몫을 다하는 근로자는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는 이류 시민에 불과하다는 논리일 뿐이죠. 매일 치열한 삶을 살지 않는 국민은 없어요.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논의는 이런 차별적 정책을 포퓰리즘을 통해 한 층 더 심화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 Q. 과거에 모병제였다면 교수님은 지원을 하셨을 것 같나요?
장담은 못 하지만, 최소한 민간 부문에서 제가 쌓을 수 있는 경력과 군 입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력을 비교해서 선택했을 것 같네요.
군 복무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논문이었어요. 교수님께서 인터뷰도 알차게 해주셔서 모든 내용을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죠!
모병제 도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주제라 공론의 장을 잘 설계해야 할 것 같아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