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개론] 🍃어제저녁으로 뭘 드셨나요? 구독자 학생은 어제저녁으로 뭘 드셨나요? 저는 어제 배달 앱으로 피자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안 오는 거 있죠? 답답해서 앱에 10번이나 들어갔어요. 음식이 언제 나오는지, 배달 노동자가 어디쯤 도착했는지 계속 확인했죠. 이런 경험 다들 있을 거예요.
배달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음식 배달부터 장보기, 택배와 퀵서비스까지. 이젠 배달이 안 되는 것들이 없죠. 거리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배달 노동자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요.
어떤 사람은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커졌다고 해요.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배달 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로 그려내는 사람도 있어요.
이번에 다룰 논문은 배달 앱 노동자들의 시간에 관해 분석한 연구인데요. 연구자는 기자회견이나 세미나, 인터뷰 등 현장 연구뿐만 아니라 오픈 카톡방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서 배달 노동자들의 삶을 관찰하는 연구방식을 활용했어요. 함께 알아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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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 교수
2021년 출간,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제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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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현대인은 기술 발전으로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착각에 빠져있어요. 배달 산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죠. 배달 앱 기업들은 이렇게 말해요.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식당 주인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배달 노동자는 많은 콜(호출)을 쉽고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연구자는 새로운 연결망 속에서 사람들의 시간이 더 부족해졌다고 해요. 기술을 활용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 통제가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분주해졌죠.
둘.
연구자는 배달 노동의 시간 취약성 문제를 지적했어요. 배달 노동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구성되는 노동으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일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1) 배달을 시작하면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더 많은 배달 콜을 받아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게 되죠. 그러나 배달 앱 업체는 노동 수행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책임지지 않아요.2) 오히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높은 프로모션으로 노동자들이 위험한 조건에서 더 많이 일하게 만들죠. 위태로운 노동 환경 속에서 오토바이 대여비, 보험료 등의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돼요. 최근엔 배달 AI 시스템 개발로 자동 배차 및 이동 동선 추천이 가능해지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자율성도 줄었어요.
셋.
하지만 연구자의 관찰 결과,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 업체의 통제가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어뷰징3)하는 동료 노동자를 고발하는 등 서로 적극적 감시자로서 역할하는 이유예요. 전업과 비전업(부업으로 배달하는 사람들) 노동자 간 윤리적 위계를 구성해서 비전업 노동자를 재미로 배달하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로 규정하기도 하죠. 더 나아가 배달의 시간을 늦추는 타자를 제거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될 수도 있어요.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 제한이나 엘리베이터 등 수많은 사물이 포함되죠. 연구자는 이런 행태가 도시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약자에 대한 혐오로 쉽게 전이될 수 있어 우리 사회의 존중과 배려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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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의 노동 사회학자 휴스(Huws)는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의 특성을 ‘로그드 노동(logged labour)’이라고 했다. 우리는 언제 어느 정도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수락’을 누를 준비한다. 즉, 우리는 영구적으로 로그인되어 있다. 표준화된 단위로 쪼개지고,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미래 분석을 위해서 녹화되고 있는 점에서 우리의 노동은 삼중으로 '로그'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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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카프(William Kapp)는 <사기업의 사회적 비용(The Social Costs of Private Enterprise)>(1971)이라는 책에서 “기업들은 인간, 환경, 건강과 안전을 위한 비용을 제삼자, 즉 노동자들과 사회 전체에게 전가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익을 내는 방법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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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달 앱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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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집중 해부 시간!
초로기가 여러분을 대신해 논문 저자를 만나봤어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채석진 교수님과의 대화를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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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디어 인류학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인류학적 접근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 미디어 사용과 삶의 취약성의 관계에 관심이 많죠.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된 플랫폼 노동이 시간의 차원에서 어떻게 삶의 취약성을 강화하는지 알고 싶어서 논문을 기획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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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플랫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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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플랫폼 산업의 형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죠. 우선 ‘일’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요. 그리고 경제적 이익 창출의 이면에 우리가 감당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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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배달 앱이 배달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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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부터 배달까지 배달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이동 경로 서비스는 소비자가 마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배달 노동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대해서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앱에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환상이 결국 우리 모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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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교수님은 배달 음식을 자주 드시나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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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고, 가끔 외식합니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주문을 한 뒤 직접 픽업해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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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읽고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빨리빨리'가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 하루 정도는 '느긋느긋'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10/3) 개천절은 휴강하려고요! 저도, 여러분도 '느긋'하게 공휴일을 즐기며, 시간의 여유를 가져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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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학생의 삶의 속도는 어떤가요?
아래 오늘 강의 평가하기와 함께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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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노동에 연구가 더 궁금하시다면?
🎓 채석진 교수님 🎓이 추천한 이 논문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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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gg, M. (2011). Work’s intimacy. Cambridge, UK: Polity.
- Gregg, M. (2018). Counterproductive: Time management in the knowledge economy. Cambridge, UK: Polity.
- Huws, U. (2016). Logged labour: A new paradigm of work organisation?. Work Organisation, Labour & Globalisation, 10(1), 7-26.
- Rosa, H. (2020). The uncontrollability of the world. Cambrideg, UK: Polity.
- Suzman, J. (2020). Work: A history of how we spend our time. London, UK: Bloomsbury Publishing.
- Wajcman, J. (2016). Pressed for time: The acceleration of life in digital capitalism. Chicago &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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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위해 준비했어요.
열정 넘치는 학생은 보충 공부하세요! 강요 아님! (ㅡu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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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당신께 알리고 싶은 리포트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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