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 꼭 필요한 공약부터 햄버거를 사겠다는 터무니없는 공약까지... 학기 초 반장선거가 진행될 때면 여러 후보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곤 했죠. 저 초로기도 매년 선거에 나갔어요. 그때마다 논문을 자유롭게 읽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냈었죠! (그래서 안 됐답니다..)
정치라고 하면 보통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떠올리게 돼요. 국가의 중대한 일을 결정해서 많은 이슈가 되죠. 그런데 학급 자치 활동부터 지방의회 정치까지, 작은 단위의 정치가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해요. 특히 지방의회에서 만드는조례(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제정되는 자치법규)는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죠.
그래서 오늘은 지방의회 조례 발의에 관한 주제를 들고 와봤어요. 이번 연구는 민선 4기~6기(2006~2018) 광역의원 2,041개 의석을 대상으로 분석했어요. 같이 알아보시죠!
연구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진 의원이 조례 발의를 많이 하는지 살펴봤어요. 이를 주도적 발의(대표 발의와 1인 발의)와 공동발의로 나눠서 봤어요. 주도적 발의를 할 때는 의원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공동발의는 동료 의원과의 협력과 소통 능력이 요구돼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주도적 발의가 상대적으로 입법 난도가 높다고 전제했죠.1) 조례 발의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개발 활동이에요. 조례 제정 능력은 지방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둘.
초선 의원은 자신의 입법 능력을 보여주고자 주도적 발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음 선거를 노리는 거죠. 그중에서도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어 지역구 표밭 관리 부담이 적을수록, 직전 직업이 전문직일 때 주도적 발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재선 의원 중에서도 주민들의 정책 요구를 많이 받으면 주도적 발의 활동을 많이 했어요. 공동발의는 의원 경력이 길어질수록 많이 했는데요,2) 정치 활동에 익숙해지고 조례 발의 네트워크에 참여할 기회를 쉽게 얻어서 그래요. 또한 의정활동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주민 민원 청취 등 외부 활동에 매진해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공동발의를 많이 했어요.3)
셋.
연구 결과 정치 경력이 길어질수록 조례 발의 활동을 덜 한다는 것이 드러났어요. 재선 이상 의원은 조례 발의 활동이 공천이나 재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대요. 연구자들은 의원의 입법 활동 효능감을 높여주면 조례 발의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요. 의정활동이 주민들에게 좀 더 잘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죠. 주민 평가가 반영된 후보자를 공천하는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힘을 실어주는 거죠.
1) 연구자들이 주도적 발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주도적 발의와 공동발의 간 질적 차이도 감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발의가 동료의원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정책 과제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2) 광역의원이 2선에 성공한 경우, 초선일 때와 비교해 공동발의를 56% 더(+) 하는 것으로, 다시 3선에 성공하였을 때 120%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조사 결과 의원 재임 중 주도적 발의를 아예 하지 않은 사례가 247명으로 전체 분석 대상의 12.1%에 달한다. 단 한 건의 공동발의도 하지 않은 의원 역시 210명이나 된다. 한편, 의원 1인이 50건의 대표 발의를 한 사례도 있다.
연구 집중 해부 시간!
초로기가 여러분을 대신해 논문 저자를 만나봤어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서재권 교수님과의 대화를 들려드릴게요.
🌱 Q. 논문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2018년, 지방자치 30년 역사를 평가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이번 논문은 광역 시도 의원의 입법활동을 분석한 연구이고요. 4년 전엔 지방자치의 성과를 보여줬다면, 이번엔 지방자치의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최근엔 의원의 조례발의 실적이 다음 선거 공천이나 재선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어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매우 흥미롭다는 사실만 먼저 말씀드리죠! 😄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서 경력이 많은 지방의원이 일을 덜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력직 의원에게는 조례발의 활동 외에 다른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역할이 무엇인지, 또 그런 역할이 경력직 의원들에 의해 수행되는지 알아보는 것은 또 다른 연구주제가 될 수 있겠군요.
🌱 Q. 지방의회가 존재감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방자치의 중심은 지방의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지방자치의 중심에 단체장이 있죠. 의회는 단체장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임기 1년이 남은 시장직에 보궐선거로 당선됐습니다. 이후 박 시장이 임명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가 열렸어요. 부산시 의회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돼 있어서 단체장과 의회의 힘겨루기가 거셌습니다. 지상파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어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때 지방의회의 존재감이 살아났다고 봅니다.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지방의회 의원 자신도 자신들의 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Q. 지방의회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지방선거 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후보자에게 일종의 자격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연구자로서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정당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현재 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에서 지방의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방의원의 윤리의식 및 실무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지방의원의 참여가 미진한 것으로 압니다.
🌱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정치'는 무엇인가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정치가 과연 우리 삶의 질을 향상했는가?"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면 아마 좋은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