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에서 지역계획을 연구하고 있어요. 국토연구원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저는 주로 지역 성장과 쇠퇴 지역 발전을 공부합니다. 옛날부터 지역별 빈부 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됐어요.
오늘 제가 들고 온 주제는요, 소득 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 현상을 드러낸 연구입니다. "정말로 잘사는 사람은 잘사는 사람끼리,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 사람끼리 모여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연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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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90초로 만나는 연구
지역의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의 특성 및 변화
'서울의 달'에서 '펜트하우스'까지
홍사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2023년 출간 예정, 국토연구원
깊이 있게, 더 빠져 들게
끼리끼리 살고, 끼리끼리 논다
연구 결과,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끼리끼리 모여 사는' 거주지 분리 문제도 심각해졌어요. 물론 끼리끼리 살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입니다. 고소득층이 서울 한강이나 남산의 조망을 누리려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거나 좋은 학군과 시설을 가지려 하는 등 좋은 도시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누리는 공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사회적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소득별로 구분된 삶을 살게 되면 사회 통합이 저해되는 건 물론이고요, 취약계층에게 교육 및 일자리 관련 정보도 제한될 수 있어요. 불평등이 거주지 분리 문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또 다른 불평등 문제로 이어지는 거죠.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그래서 이번 연구를 통해 거주지 분리 문제를 이슈화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의 달부터 펜트하우스까지
저는 두 가지 드라마를 중심으로 거주지 분리 현상 변화를 관찰했어요. 드라마는 시대상을 잘 반영하니까요. 1994년 우리나라를 들끓게 만든 드라마 '서울의 달'과 2020년 방영한 '펜트하우스'를 살펴봤죠. 80년대엔 달동네가 '가난하지만,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공간'으로 묘사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트로 가지 못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공간'으로 인식됐어요. 반면, 펜트하우스 등 최근 드라마엔 강남 중심 고소득층이 '그들만의 성'을 쌓고 살아가는 공간이 많이 등장하죠. 즉, 과거엔 우리가 소득 수준에 따라 특정 집단이 모여 산다고 했을 때 낙후된 달동네를 떠올렸다면, 이제는 고소득층이 독자적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게 특징이죠.
잘 살든 못 살든 같이 놀아보자!
그래서 뭘 해야 하냐고요? 우선 지역별 교육 편차를 낮춰야 해요. 실제로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에 거주지 분리 현상이 더 심각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위해 교육 환경이 좋은 동네로 옮겨간다는 거죠. 어디서든 비슷한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이 완화될 수 있겠죠. 또 한 가지 대안은 주택 공급이에요. 처음엔 양질의 주택 공급이 거주지 분리 문제를 더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거주지 분리 현상이 완화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 현상에 대해선 실증 분석을 더 해봐야겠지만, 신규 주택 공급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의 이론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
공공 공간이 사유화되어 출입이 제한된 주거 단지. 연구에선 고소득층의 거주지라고 정의함. 더 좋은 학군과 시설, 조망권 등 좋은 도시 공간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