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65세와 현재 65세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경제성장과 교육 수준 향상으로 현재 65세는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활동적입니다. 기대수명도 높아졌죠. 오래 산다는 것은 건강이 좋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고령화의 긍정적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늙어만' 가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면서 늙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를 논의할 때 사회경제적 발전이 갖는 함의도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죠.
같은 나이? 다른 상황!
2067년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46.5%)이 노인이 될 거래요. 그런데 같은 해 노인 인구 비율을 26.3%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노인 연령 기준을 적용해보는 건데요. 노인 연령을 ‘살아온 기간의 합'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기간'으로 측정해보는 겁니다. 이걸 '기대여명'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살아갈 날(기대여명)이 15년 남은 사람을 노인으로 정의한다면 노인 기준 연령이 높아집니다. 2067년엔 76.5세 이상인 사람이 노인이 되겠네요. 왜 15년을 기준으로 뒀냐고요? 많은 연구에서 사용하는 기준이거든요. 일본에서도 이 기준을 통해 연구한 결과 1972년의 50세와 2014년 60세를 같은 나이로 볼 수 있다고 했어요.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사회 인구 고령화와 고령 인구 부양비는 천천히 증가해요.
너무나 자극적인 고령화 이슈
'고령화'라는 단어에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시나요? 아마 부정적일 겁니다. 역사적으로 노인은 사회적 활력을 저하하는 의존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그려졌어요. 고령화 이슈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언론에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난적 충격을 지나치게 강조해요. 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만 초점을 두죠. 예를 들어, '국민연금 고갈로 MZ세대는 연금을 포기해야 한다!'1)라고 하거나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거죠. 이런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건 고령화 대응을 무력화하는 주장 같아요. 이런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적응하는 삶에 대해 차분히 논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야 노인의 연령을 높이면 좋겠지만,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삼으면 우리는 예전보다 늦게 노인이 됩니다. 그럼 공적 연금 지출 등 고령 인구 부양을 위한 비용이 줄어들 수 있어 좋죠. 그런데 노인 빈곤율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복지제도에서 소외되는 분들이 생길 수 있어요. 또한 정년연장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현재 많은 분이 연금 수령 나이보다 일찍 은퇴하시는데, 그 간격이 더 벌어졌을 때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겁니다. 논리적으로야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니 노인 기준을 올리자고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복지제도를 통해 노인 빈곤 문제, 정년연장 문제, 연금 문제 등을 보완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